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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공부(생물)/면역학

사이토카인 폭풍 /"나는 젊으니까 코로나에 안걸릴꺼야"는 거짓말

by 샤대학원생 2020. 6. 23.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19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코로나19 감염을 상상했을 때 ‘죽음’을 떠올리진 않을 것이다.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험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 몸이 이겨낼 수 있는 질병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 주변을 둘러보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의 모습은 ‘죽음’보단 ‘다른 사람에게 줄 피해’에 가깝다. 나 또한 당장 감염되어도 엄청 위험하진 않겠지만, 나의 가족과 주변 어른들을 전염시켜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건강에 대한 안심은 ‘강한 면역력’에서 기인한다. 과연 우리는 정말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일까?

대구에서 20대 확진자가 중증 환자로 분류되어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는 브리핑이 있었다. 젊은 층은 감염이 되어도 대부분 경증을 앓거나 무증상이라는 인식 속에서, 이 젊은 중증 환자의 소식은 젊은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증상의 원인은 ‘사이토카인 폭풍’. 강한 면역력을 뛰어넘어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이 무서운 폭풍에 관하여 천천히 이야기해보자.

 

인간의 면역체계

 

이번 코로나19의 바이러스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린다. 인류가 처음으로 겪는, 새로운 바이러스라는 뜻이다. 이 ‘새로움’을 맞을 준비가 안 되어있기에 세계는 보건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큰 파장에 휩싸였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만나는 바이러스이기에, 기존에 접해본 질병과 다르게 훨씬 다이내믹한 증상을 보이게 된다.

홍역, B형간염 같은 인류가 겪어본 질병의 경우, ‘백신’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 백신을 접종하면 해당 질병에 대항하는 특수부대를 몸 안에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백신은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를 아주아주 약한 상태로 만든 것이다. 이 약해진 병원균들을 몸에 주입하면 인체의 방어를 담당하는 면역세포들은 이 균들을 상대로 싸움 예행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만렙 보스인 병원균을 잡기 위해서 레벨 1의 약한 보스와 미리 겨뤄보는 것이다. 약한 균들과의 연습 싸움을 통해 진짜 병원균을 없앨 수 있는 공략법을 미리 알아두는 셈이다. 그래서 진짜 병원균이 몸속에 들어왔을 때, 학습이 된 면역세포들이 성공적으로 제압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이토카인 폭풍

 

허나 ‘새로운’ 병원균이 예행연습 없이 바로 들어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처음부터 만렙 보스와 싸움을 시작하는 꼴이다. 아무리 당황스러워도 면역세포들은 몸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면역세포들은 서로 소통하는 수단인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보통이라면 ‘사이토카인’을 적당히 뿜어야 하는데, 새로운 병원균의 급습을 이겨내기 위해 폭풍처럼 뿜어대기 시작한다. 많아진 사이토카인 단백질은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백혈구를 불러오며 활발히 면역 활동을 이어간다. 특히나 염증반응은 발열을 동반하여 몸이 뜨거워지는데, 적당한 발열로 인하여 병원균을 없앨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분비된 ‘사이토카인’은 발열 또한 과도하게 일으킨다. 이 현상이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과도한 발열은 곧 몸에 2차 피해를 일으킨다. 우리 몸의 정상적인 세포들은 열에 약한 여러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오랫동안 체온이 40도 이상을 유지하게 된다면, 단백질이 변형되어 정상적인 세포들도 망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다친 세포들 또한 없애야 할 존재로 인식되어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는다. 면역체계가 공격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우리 몸까지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폐에서 사이토카인이 과하게 분비된다면, 폐의 정상세포들이 망가져 폐렴이 오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합병증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은 주로 젊은 사람들에게 일어난다. 젊을수록 면역력이 강하기 때문에 사이토카인 단백질을 더 많이 분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겪었던 질병들 중 메르스, 에볼라, 스페인 독감, 조류인플루엔자 또한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한 크나큰 2차 피해를 입었다. 장기화된 신종 전염병들 속에서, 노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들도 이 폭풍으로 인해 많은 희생을 안았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전염병이 항상 함께 해왔다. 사스, 메르스, 에볼라, 조류 인플루엔자 등을 겪으며 바이러스 들은 점점 진화하였다. 하지만 우리도 함께 진화하였다.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하여 의료체계를 더 구축하고, 전염병 대책 본부를 마련하고, 위생 관념을 높이고, 백신 기술을 연구하며 건강한 미래를 그렸다.  

물론, 이번에 닥쳐온 코로나19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나간 전염병의 경험이 없었다면, 정말 무의 상태로 코로나19를 직면했다면 그 피해 규모는 훨씬 컸을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되며 전염병 또한 진화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의 경험이 우리에게 위생의 경각심을 일깨워 줬고, 전염병 행동수칙을 익히게 했다. 이 경험이 우리를 더 진화시켜서 다음에 찾아올 바이러스에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길이 되리라 믿는다.

오늘 이야기했던 ‘사이토카인 폭풍’ 또한 더 이상 ‘새로운’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매서운 폭풍의 존재를 알았고, 면역력이 강하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자체로 큰 발전이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사이토카인 폭풍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전염병 유행, 안전 불감증 또한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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